함께 놓인 풍경
유리와 이끼
JUNE 2026
한 공간에 놓였을 때 의외로 잘 어울리는 두 작업이 있습니다. 빛을 머금은 유리 곁에 초록의 이끼가 놓이고, 단단한 물성과 부드러운 질감이 나란히 자리할 때 서로의 아름다움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오수 작가와 김은주 작가는 서로 다른 재료를 다루지만 닮은 점이 많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을 오래 바라보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장면들에서 작업의 시작을 발견합니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살아온 김은주 작가는 유리를 통해 빛과 기억을 담아냅니다. 차갑고 단단한 물질인 유리는 불을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그는 그 변화의 순간에 매료되어 작업을 시작했고, 지금도 유리가 가진 투명함과 반짝임 속에서 자연의 풍경과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업 속에는 식물과 계절, 빛의 흔적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순간이 남긴 감각과 분위기에 더 마음을 기울입니다. 투명한 식물과 빛나는 풍경처럼 현실과 상상 사이를 오가는 이미지들은 보는 이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오수 작가는 텍스타일과 핸드니팅을 바탕으로 작업합니다. 작은 오브제부터 공간을 채우는 대형 조형물까지, 실이라는 유연한 재료를 통해 생명력 있는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작업의 출발점은 산책길 콘크리트 틈 사이에서 발견한 작은 이끼였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묵묵히 살아가는 존재들. 그는 그 작은 생명들을 실과 직물로 옮겨오며 살아있는 듯한 조형물을 만들어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과 식물의 결을 닮은 섬유들은 자연의 생명력을 새로운 풍경으로 보여줍니다.
유리와 섬유, 투명함과 촉감, 반짝임과 생명력. 서로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작업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연 속에서 발견한 감각을 손으로 담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작업을 통해 처음 만난 이후 서로의 삶과 작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되었고, 지금은 서로를 가장 오래 응원하는 동료이자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 작가의 작업뿐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태도에도 주목합니다. 작업실에서의 시간,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 자연을 관찰하는 시선, 그리고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이어가는 모습. 이번 시즌의 옷은 그런 풍경 속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